야구는 단순히 득점과 실점으로만 결정되는 게임이 아닙니다. 그 뒤에는 팀의 전력, 효율성, 운, 그리고 데이터가 숨어 있습니다. 팀의 경쟁력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승률’이지만, 단순한 승률만으로는 진짜 실력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야구팬이라면 꼭 알아야 할 승률 관련 핵심 지표들 — Pythagorean Win, Win Probability Added(WPA), Run Differential 등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활용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기본 승률과 파이타고리안 기대승률의 차이
야구에서 승률(Winning Percentage) 은 가장 기본적인 팀 성적 지표입니다. 팀이 이긴 경기 수를 전체 경기 수로 나눈 값으로 계산하며, 보통 0.500을 기준으로 강팀과 약팀을 구분합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팀의 운이나 접전 경기 결과에 따라 승률이 크게 왜곡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팀이 10점 차로 이기고, 다른 팀이 1점 차로 여러 번 지는 경우 실제 전력은 비슷해도 승률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파이타고리안 기대승률(Pythagorean Expectation) 입니다. 이 지표는 팀의 득점(Runs Scored)과 실점(Runs Allowed)을 이용해 실제 전력에 가까운 ‘이론상 승률’을 계산합니다. 기본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대승률 = (득점²) / (득점² + 실점²). 이 계산법은 처음에는 빌 제임스(Bill James)가 제안했으며, 세이버메트릭스의 출발점 중 하나로 꼽힙니다. 파이타고리안 승률이 실제 승률보다 높다면 팀이 ‘운이 나빴다’는 뜻이고, 반대로 낮다면 ‘운이 좋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팀이 162경기에서 700점을 내고 680점을 내줬다면, 기대승률은 약 0.515로 계산됩니다. 이 팀의 실제 승률이 0.560이라면, 향후 시즌에서는 성적이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WPA(Win Probability Added): 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데이터
WPA(Win Probability Added) 는 경기 중 각 플레이가 팀의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수치로 표현하는 지표입니다. 이 지표는 단순히 홈런이나 안타 개수를 세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팀이 이길 확률을 얼마나 높였는가”를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9회말 2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안타를 친 타자의 WPA는 매우 높게 평가됩니다. 반대로, 같은 안타라도 8회초 점수차가 큰 상황이라면 WPA 값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WPA는 경기의 ‘맥락’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성적 통계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MLB에서는 WPA가 시즌 동안 얼마나 누적되었는지를 통해 “가장 승리에 기여한 선수” 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WPA +6.0이면 그 선수가 시즌 중 팀의 승리를 여섯 번이나 이끌었다는 뜻입니다. 팬 입장에서도 WPA를 보면 “누가 진짜 중요한 순간에 팀을 살렸는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WPA는 투수 평가에도 쓰입니다. 구원투수가 경기 후반 위기 상황에서 점수를 막았다면 WPA가 상승하지만, 동점을 허용했다면 급격히 떨어집니다. 즉, WPA는 단순한 누적 기록이 아닌 상황 중심의 효율성 지표로, 경기를 데이터적으로 보는 팬이라면 반드시 이해해야 할 개념입니다.
Run Differential과 팀의 장기 경쟁력
마지막으로 소개할 지표는 Run Differential(득실점 차) 입니다. Run Differential은 말 그대로 시즌 동안 팀이 득점한 점수에서 실점한 점수를 뺀 값으로, 팀의 전반적인 전력을 간단하게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시즌 득실점 차가 +100이라면 팀은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뜻이고, -50이라면 반대로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MLB와 KBO 모두에서 득실점 차가 높은 팀이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는 것입니다. 이 지표는 단기적인 운보다 팀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잘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한 시즌 동안 승률은 0.600이었지만 득실점 차가 +10에 불과한 팀이 있다면, 다음 시즌에는 하락할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승률은 0.480이지만 득실점 차가 +30인 팀이라면, 실제로는 ‘운이 나쁜 강팀’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Run Differential은 승률과 함께 보면 팀의 진짜 실력과 향후 성적 예측에 큰 도움을 줍니다. 야구팬이라면 단순히 팀이 몇 연승 중인지보다, 그 팀의 득실점 추이를 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구의 승률 지표는 단순히 경기 결과를 요약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파이타고리안 기대승률은 팀의 ‘실제 전력’을, WPA는 ‘순간의 임팩트’를, 득실점 차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보여줍니다. 이 세 가지 지표를 함께 보면, 단순히 결과를 넘어 경기의 본질과 흐름을 데이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팀 순위를 볼 때는 단순히 “몇 위인가”가 아니라, “왜 그 자리에 있는가” 를 데이터로 해석해보세요. 그것이 진정한 야구팬의 시선입니다.